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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기사] 승강식 피난기 시험 조작 논란 형사 고소로 번져

작성자
kfipa
작성일
2021-03-26 15:27
조회
39

승강식 피난기 시험 조작 논란 형사 고소로 번져

조작 의혹 녹취파일 ‘있다’ vs ‘없다’, 존재 여부 진실은?
디딤돌 측 “사설 단체 근거 없는 의혹에 신용ㆍ명예 훼손”
소방안전권익협회 “수사기관 요청 시 녹취파일 공개할 것”

▲ 지난해 12월 29일 소방청은 승강식 피난기 관계 전문가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반복 시험 조작 의혹이 담겨 있다는 녹취파일이 최초로 언급됐다. © 신희섭 기자

 

[FPN 신희섭 기자] = 얼마 전 시험 조작 논란이 불거진 승강식 피난기 문제가 급기야 고소 사태로 번졌다. 반복시험 조작 의혹이 제기된 해당 기업 디딤돌이 최근 한국소방안전권익협회(이하 권익협회)를 경찰에 형사 고소했다.

 

지난 11일 디딤돌 측은 승강식 피난기 문제를 최초 보도한 <FPN/소방방재신문>에 권익협회를 ‘신용훼손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알려왔다.

 

권익협회 측도 본지에 공식 입장을 전해온 상태다. 연락조차 없이 디딤돌 측에서 일방적으로 형사 고소를 진행했고 이렇게 된 이상 수사기관에 의혹을 제기한 당시 민원이 틀리지 않다는 증빙자료를 제출해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것.

 

승강식 피난기 문제는 지난해 12월 9일 권익협회가 소방청에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내에서 승강식 피난기를 생산하는 기업은 단 두 곳으로 이 중 디딤돌 제품이 현행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본지 보도 1월 10일자 ‘[집중취재] 사람 살리자고 설치한 피난기구, 기준 미달 웬 말?’>

 

당시 권익협회는 해당 기업이 성능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반복 시험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민원 이후 추가로 제기하면서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녹취파일이 존재한다고 공식적인 회의 석상에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인했고 결국 권익협회를 고소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최초 인증 시 반복 시험 조작, 정말 있었나

 

승강식 피난기는 건축물에 화재 등 위급상황 발생 시 사람들이 안전한 장소로 탈출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피난기구 중 하나다. 

 

무동력으로 작동해 화재로 인한 정전 시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으로 최근 들어 아파트는 물론 복합건물 등에 적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 고소 건의 핵심은 디딤돌이라는 기업이 승강식 피난기의 최초 성능인증 시 반복 시험 과정에서 횟수 측정기를 실제 조작했는지 여부다. 승강식 피난기는 소방관련법에 따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KFI)으로부터 성능인증과 제품검사를 받아야만 시중에 유통할 수 있다.

 

권익협회가 소방청에 제출한 당시 민원 문건에는 디딤돌 승강식 피난기의 승강판 하강구 프레임이 기술기준과 다르고 비상제어장치가 없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 성능인증 시 반복 시험의 횟수 측정기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담겼다.

 

반복 시험은 승강식 피난기의 내구성 확인을 위한 기술기준 내 필수 시험 항목이다. 최대 설치 높이에서 최대사용 하중으로 5천 회 연속 시험 후 이상이 없어야 적합 판정을 받는다.

 

민원 제기 이후 소방청의 현장 조사에선 권익협회에서 제기한 민원의 상당 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반복 시험 조작 의혹은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소방청은 “반복 시험의 경우 각 제조업체에 감시용 CCTV를 설치ㆍ녹화하고 KFI에서 모바일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성능인증 시 조작 등의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걸 KFI 측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익협회 제보가 있었지만 추측만으로 업체를 조사할 수는 없었다”며 “명백한 증거가 제시된다면 당연히 진상 조사에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현장 조사 이후 권익협회는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관계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반복 시험 조작에 대한 공익 제보자의 녹취파일을 확보하고 있다”며 시험 조작에 대한 추가 조사를 소방청에 공식 요구했다. 그러나 시험 조작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추가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고소장 접수한 디딤돌 “사설 단체 근거 없는 의혹”

 

▲ 지난 11일 디딤돌 측이 권익협회를 고소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보도자료를 본지에 보내왔다.

당시 시험 조작 의혹을 받은 디딤돌은 지난 11일 탁일천 권익협회장을 ‘신용훼손’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했다고 밝혔다. 

 

권익협회가 공식 회의 석상에서 녹취파일을 확보했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방청은 물론 언론에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디딤돌 측 주장이다.

 

김호현 디딤돌 이사는 “증거를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조작 의혹의 증거라고 주장한 녹취파일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음모를 기획한 사람들이 역할극 놀이를 하면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 수사로 진위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형법’ 제313조(신용훼손)에 따르면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서 사람(법인)의 신용을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김호현 이사는 “권익협회가 녹취파일을 확보하고 디딤돌 측의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쳐 민원을 제기했다면 고소는 없었을 것”이라며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없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경쟁사의 이익을 위한 이런 행태는 업계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방업계가 타 업계에 만연하는 사설 단체를 만들거나 가공의 시민단체를 만들어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을 제기하는 공작으로 경쟁업체를 음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사설 단체가 민원을 제기했다고 사실 확인 없이 기사화하는 언론의 취재 관행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복 시험의 경우 기술원 감독하에 제조사가 보유한 시험기기를 사용해 적합 여부를 판단한다. 김호연 이사는 “반복 시험에 사용된 우리 시험기기는 횟수 측정기 버튼이 하나”라며 “누르기만 하면 처음 ‘0’ 상태로 리셋 되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권익협회 “수사기관에 증빙자료 제출해 시시비비 가릴 것”  

 

▲ 형사 고소 사실을 확인한 권익협회는 지난 22일 입장문을 공개했다.

고소 사실을 두고 권익협회는 지난 22일 “민원에 대한 확인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협회와 임원의 실명이 공개되는 등 공익신고에 대한 보호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거짓 사실 등이 유포되고 있어 이젠 증빙자료를 제출해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권익협회는 우선 근거 없는 민원으로 신용ㆍ명예가 훼손돼 형사 고소했다는 디딤돌 측 주장에 대해 “이는 공익신고자의 녹취가 담긴 증빙자료를 통해 밝혀질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근거 있는 민원이었지만 내용도 파악하지 않았고 유추를 통해 권익협회의 위상을 실추시켰다”며 “이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해결할 건가”라며 권익협회를 사설 단체라 비하한 저의를 묻기도 했다.

 

권익협회의 전신은 한국소방안전실천연합으로 출범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희철, 김소남 국회의원이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비영리단체 고유번호(622-82-61458)를 부여받아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는 게 권익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권익협회는 소방청과 KFI를 상대로 추가적인 요구를 하기도 했다. 반복 시험에 사용했다는 감시용 CCTV와 모바일 앱의 실체와 시연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시험 진행 과정에 입회했던 시험자는 누구며 언제, 어느 시간에, 어떤 내용을 확인했는지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권익협회 관계자는 “소방청은 KFI가 성능인증 시 5천회 반복 시험의 과정을 녹화하고 이를 통해 조작이 있었는지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그 녹화 자료를 공개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실제로 조작 여부를 확인한 사람과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는지도 공개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대 결함이 있는 승강식 피난기가 현장에 설치되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민원을 제기한 건데 해당 제조사 측은 잘못을 반성하긴커녕 적반하장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며 “관계기관과 업체의 자정 노력으로 정상화되길 기대했지만 아무 근거 없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형사 고소를 당했다.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권익협회 측이 시험조작의 근거라고 주장하는 녹취파일 진실 공방은 극으로 치닫고 이다. 결국 경찰까지 개입하게 되면서 수사 과정에서 드러날 진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